“애인?아내? 말만해요~”역할대행의실체~
대행 알바는 말 그대로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나 역할이 부재할 때 그것을 대신 해 주는 서비스 업종이다.
불과 1, 2년 남짓 된 대행 알바는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미 대행 알바 사이트만 100여개 정도 생겨났고, 결혼식 하객 전문 사이트와 애인 대행 전문 사이트를 합친다면 그 수가 배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대행 알바가 성황을 이룰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과 역량은 한계가 있는 반면 더 많은 역할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와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그리고 쉽게 벌 수 있다는 공급자의 기대심리가 절묘하게 조화 된 것이다.
사랑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일까? 대행 알바를 보면 돈으로 사랑 뿐만 아니라 친구, 애인, 심지어는 부모와 아내도 얻을 수 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역할 대행 알바`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애인 대행, “애인이 돼 드릴께요. 선만 긋는다면…”
애인 대행 알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로 실제 애인처럼 만나 데이트를 즐기는 유형이 있고, 친척이나 부모님에게 소개해 줄 목적으로 `가짜 애인`행세를 하는 유형이 있다.
주로 남성들이 여자 애인 상대자를 구하지만 남자애인을 구하는 여성들도 꽤 있다.
H 대행 알바 사이트에 부산에 거주 중 이라는 한 여성 네티즌의 구직 글이 올라왔다. 키 173m에 활발한 성격, 순수한 스타일의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의 희망 직종은 애인대행 이었다. 희망 수당 즉 pay는 시급 3만원이었다.
이 여성 네티즌은 “부산 사는 22살(만21세)이구요. 키173에 몸무게 53 나갑니다. 애교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친해지면 막 하는 편이구요. 생김새는 갈색 긴 생머리구. 여성스럽게 생긴 편이예요 ^^ 매너 좋으신 분 연락 바래요. 아 참, 원하시면 제 친구도 불러드릴 수 있어요. 생각 있으신 분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희망금액3만원은 시급이구요. 비싸다 싶으신 분들은 만나서 협의 하에 맞추도록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애인 대행을 하겠다고 구직 신청한 모 여성 네티즌
또 다른 여성 네티즌은 “키가 165cm에서 170cm이구요 성격은 원만하고 스타일은 지적이예요. 지역은 서울이구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뭐든지 편안하게 잘 맞춰 드립니다. 술자리도 가능하구요. 우리 재미있게 놀아 보실래요”라고 덧붙였다.
이 같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사진을 공개하며 애인대행을 하고 싶다는 여성 네티즌은 꽤 많았다. 본지가 조사한 한 대행 알바 사이트에는 애인대행 구직을 신청한 여성 네티즌만 수백여명에 달했다.
최근엔 `장기 애인 대행`이란 신조어 까지 생겨났다. 보통의 애인 대행이 하루 이틀 정도만 애인의 역할을 해주는 반면, 장기 애인 대행은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1년 까지 말 그래도 장기적인 애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pay는 지급된다.
수 많은 대행 알바 사이트에는 “매너있고 능력있고 돈 많은 남자들만 장기 애인 신청 받아요”란 글들이 부지기수로 올라와 있다.
▲ 장기 애인 대행 알바를 구하고 있는 모 여성 네티즌
애인 대행 알바는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단연 최고 인기 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짧은 기간에 많이 벌 수 있는 이색적이고 독특한 아르바이트를 찾는 젊은 네티즌의 구미에 부합된 것이다.
실제로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독특한 알바 하고 싶어요~` 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전체 응답자 중 무려 13.6%가 애인대행 알바를 꼽았다.
특히 애인 대행 알바는 시간당 1만원 이상의 금액을 주는 `음성 녹음 알바(9.2%)`와 강연에 참석만 하면 된다는 `강연 참석 알바(7.6%)`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여 인기를 실감케 했다.
● 결혼식 하객 대행, “한시간 박수 쳐주고 맛있는 밥도 먹고”
결혼식에 친구나 선 후배의 역할을 대행해 하객으로 참석하는 알바는 이미 유명하다. 하루 2∼3시간 수고하고 일당 3∼5만원의 비교적 많은 수입을 거둘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대행 알바 중 애인 대행 알바 못지않게 인기 있는 직종이 바로 결혼식 하객 대행 알바다. “애인 대행 알바가 남-녀 이성간의 민감한 문제가 있는 반면 결혼식 대행 알바는 깔끔한데다 맛있는 밥까지 먹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 구직자들의 설명이다.
만약 신부 측의 친구 역할로 `투입` 됐다면 알바생이 하는 일은 이렇다. 우선 이 일바생의 일은 신부 대기실에 가서 신부에게 안부도 묻고 격려도 해주고 수다도 떠는 데서 시작된다.
예식을 마치면 기념 촬영은 물론 폐백 드릴 때도 신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신부의 친구로서 친근감을 주되 지나치게 오버하여 분위기를 깨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알바생들은 `하객 리더`의 긴밀한 계획 하에서 움직인다고 한다.
하객 대행의 수칙으로는 대행이라는 비밀을 엄수할 것, 사진 촬영에 반드시 참석할 것, 친근감 있게 행동할 것 등을 꼽았다. 대행을 하다 보면 결혼식에서 처음 보는 다른 대행들도 만나게 되는데 잠깐 머쓱하다가도 이내 융화된다고 알바생들은 말한다.
● 솜씨 대행, “집에서 학 접어 주고 돈 받아요”
애인 대행이나 결혼식 하객 대행과는 달리 굳이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대행 알바도 있다. 바로 십자수, 종이학, 학알 등을 고객이 원하는 기간까지 직접 만들어 주고 보수를 받는 이른바 `솜씨 대행 알바`가 바로 그것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 고등 학생부터 주부들까지 `솜씨`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보수는 애인 대행이나 하객 대행보다는 적지만 집에서 시간 남는 틈틈이 할 수 있고 직접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 대행 알바 업체의 관계자에 따르면 재택근무의 특성상 받아야 할 급여를 떼이는 등 피해사례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그는 “사전에 의뢰자의 신원을 확실히 알아두고 근로계약을 통해 보수를 정확히 해둬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편리함을 추구하는 `귀차니스트`가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심부름 대행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며 “심부름 대행 알바는 비교적 접근이 쉽고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체력이 좋고 성실한 청년 알바 구직자들이 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다만 선불이 들어가는 구매대행이나 직접 물건을 만들어주는 제작대행 등 일부 아르바이트에서는 임금 체불 같은 피해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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